Call Of The Spear [EN]: Chapter 514

That's Right

낭선기환담 – 2부 223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군.

‘좋은 관계는 아니었지.’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만 년도 더 된 일이다. 대략 2만 년 전, 천범이 그저 고선(High Immortal)에 불과했을 때니,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당연했다.

천범이 향선(Scent Immortal)이 되었다는 소식은 귀환하는 부하들을 통해 보고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더 나아갔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원선(Source Immortal)의 수는 상계(Upper Realm)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것도 원선 대학자(Source Immortal Grand Scholar)다.

더군다나 향선과는 달리 무한한 생명을 유지하며 상천(Upper Heaven)의 역사 그 자체다. 간혹 새로운 원선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2만 년 만에 원선 경지에 오른 자는 없었다.

건원해(Geonwon Sea)가 일어선 후 최초의 원선이 된 그조차도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방황했다.

그러니 저렇게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같은 향선이었다면, 얄팍한 지위와 신분으로 그를 억누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천범은 팽종연(Peng Jong-yeon)의 동생을 죽인 장본인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그의 딸까지 꼬드겼으니, 적대감을 가질 만도 하다. 모르는 탓에 저지를 수 있는 무례함이다.

본래 원선 대학자인 천범이 엄하게 꾸짖고 제대로 된 가르침을 주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단지 부하가 무례를 범했다고 해서 함부로 힘을 드러내는 것은 대장로답지 못한 처사일 것이다.

‘하지만.’

무릇 수련의 세계에서는 은혜와 원한을 분명히 갚는 것 또한 하나의 규칙이다.

부하의 무례는 꾸짖음으로 바로잡을 수 있지만, 묵은 앙금은 깨끗하게 청산해야 한다.

스스스.

눈을 감고 있던 천범이 눈을 뜨자, 그의 금안(金眼)이 순간 번뜩이며 주변 풍경의 색을 순식간에 바래게 만들었다.

“컥!!”

갑자기 팽종연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고통스러운 듯 의자에 앉아 신음하더니, 이윽고 헐떡이며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건….”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오직 팽종연과 천범만이 색깔이 온전했고, 다른 이들과 풍경은 회색빛이었다.

그의 턱이 가늘게 떨렸다.

알 수 없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시간 법칙(Time Law).’

하지만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자체에 간섭하는 것은 향선 수준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곳은 전선 군영(front line military camp)이다.’

각종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제약이 걸려 있다.

그런데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힘을 사용했다.

게다가 시간 법칙이다.

이 정도 수준의 법칙을 쉽게 구사할 수 있는 향선은 없다.

단순히 느리게 혹은 빠르게 흐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멈춰버리게 하는 것이다.

“설마… 설마! 겨, 겨우 2만 년 만에…!!”

팽가주는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내 멍한 얼굴로 천범을 바라보더니,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무릎 꿇은 팽종연을 바라볼 뿐이었다.

“제가, 감히 제가 상천에 이르신 분께… 무례를… 무례를 범했습니다….”

그는 말을 더듬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엎드렸다.

혼란스러울 것이다.

어찌 아니겠는가!

원선 앞에서 향선은 그저 조금 큰 짐승일 뿐이다.

제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애초에 천범은 그의 목숨을 빼앗을 생각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할 일,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이다.

그것뿐이다.

솔직히 목숨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는 상처를 입혔지만, 그녀의 아버지이기에 이번 한 번만.

눈감아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됐습니다. 몇 마디 사과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해 못 할 것도 없고요. 당신의 동생을 죽이고, 외동딸을 꼬드긴 장본인이 바로 저니까요.”

팽종연은 그저 몸을 떨었다.

공포에 휩싸인 듯, 그는 실시간으로 늙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간 법칙을 완전히 터득했나 보군.’

멈춰진 시간 속에서 홀로 시간 법칙을 겪고 있는 듯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불멸계(Immortal Realm)로 떠나기 전, 당신에게 받았던 수많은 공격 때문에 꽤나 고생했었죠. 그때 불멸계로 향하는 백 년 동안 누워서 요양해야 했으니까.”

“저, 죄송합니다! 이 하찮은 자가 감히… 감히 제 분수를 몰랐습니다!”

짝! 짝!

팽종연은 두 손을 모아 사죄하며 자신의 뺨을 때렸다.

“원래 받은 것은 돌려주는 것이 옳지만, 사랑하는 부관의 아버지이기에 그럴 수는 없죠. 어쨌든 다 지난 일 아니겠습니까?”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백 번이라도 갚겠습니다…!”

“됐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저는 저기 작은 섬에 있는 온산(Onsan)이라는 곳에 있을 테니, 대천사령관(Great Heavenly Commander)에게 그리로 오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쌍선(Twin Immortals)이라고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예, 아! 예! 맞습니다! 무예도독(Martial Arts Director)… 아니, 장로님께서 키우신 분들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쌍선대를 결성, 엄청난 공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버리려고 했다면서요.”

팽종연은 소리 없이 비명을 질렀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꽉 쥐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그것은… 불멸계와 연결된 동부 전선뿐만 아니라 남부 전선도 잦은 전쟁으로 인해 병력이 부족하여… 불멸계 사람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기에….”

“그런 사적인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사적인 이야기.

그들의 삶이 걸린 전쟁이다. 팽종연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그럼 그렇게 알고 가겠습니다.”

천범의 모습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의 목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

[내 딸과 화해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휘-웅.

바람이 불어 땀에 젖은 팽종연과 회의실을 휘저었다.

이윽고 공간의 색이 돌아오고, 멈춰 있던 사람들의 눈이 깜빡였다.

“아니, 왜 여기 무릎을 꿇고 계십니까?”

“팽 가주님?”

“팽 가주님. 어째서 주름이 10년은 더 늙으신 것처럼 깊어졌습니까?”

모두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가운데.

대천사령관만이 사라진 천범과 지친 팽가주를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눈치챘다.

“시간 법칙이었군. 맞습니까?”

“시간 법칙이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우리 시간이 전부 멈춰 있었다는 말입니까!?”

깜짝 놀란 가주들은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봤다.

저 정도 힘을 사용하는 자라면, 원선 대학자 수준일 것이다.

귀한 분이 오셨으니,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가주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서지 못하는 팽가주를 부축하며 물었다.

“누, 누가 오신 겁니까?”

“혹시 가주님 가문 사람이십니까?”

“아니오. 우리 가문 사람은 시간을 다루지 않소. 시간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혹시 개계오부(Gaegye Five Boundaries)의 오부주(Fifth Lord)님…?”

의혹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천사령관은 침착한 얼굴로 팽가주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예도독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러자 영혼이 빠져나간 듯했던 팽가주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자네… 자네는 함부로 그분을 불러서는 안 되네.”

“!!”

“무슨 말씀이십니까, 팽 가주님!”

“더 묻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걸세… 대천사령관. 그분께서 자네를 찾고 계시네.”

가주들은 모두 충격을 받아 같은 질문을 여러 번 외쳤고, 팽가주는 여러 번 대답했다.

“잘 살아남으셨군요.”

“좋은 딸 덕분입니다….”

“한때는 더 이상 딸이 아니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딸과 화해하라고….”

“그렇다면….”

“쌍선은….”

“무슨! 당연히 구해야지! 지금의 쌍선들은 모두 그분의 뜻을 이어받은 자들이 아닌가!”

시끌벅적한 소동 속에서.

대천사령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산 중턱에 있는 초라한 초가집.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통천수부(Tongcheon Water Palace)의 대천사령관 주초민(Joo Cho-min)은 조심스럽게 하늘에서 내려와 초가집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통천수부의 대천사령관 주초민, 상계의 장로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러자 쿵.

초가집 문이 저절로 열렸다.

문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마자, 방 안의 풍경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느낌과 함께 휘저어지고 일그러졌다.

끼익. 쿵.

문이 닫히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이곳은….”

감각을 넓히자 섬이 아니었다.

건원해도 없었고, 무엇보다 흐르는 기운이 달랐다.

대천사령관은 신비로운 선계(仙界)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며 목적 없이 걸어갔다.

이윽고 사람 소리가 들렸다.

새하얀 사슴과 어린 소녀가 있었다.

따스한 햇볕 아래 나른하게 낮잠을 자는 사슴과 소녀를 바라보니, 자신도 졸음이 쏟아지는 듯했다.

“손님이신가요?”

“아, 네.”

대답하자 눈처럼 하얀 여인이 그를 맞이했다.

정말로 선계에나 있을 법한 요정 같았다.

대천사령관은 미소 짓는 설백 여인의 안내를 따라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자, 작은 호수와 그 앞에 소박하게 배치된 정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호수 앞에서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서 있는 남자가 있었고, 그녀는 그의 뒷모습만 보고도 알아볼 수 있었다.

“오셨습니까.”

대천사령관은 즉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승천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고… 많은 희생이 있었죠. 혼자 이룬 경지가 아닙니다. 축하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상계의 대장로가 되셨습니다. 제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분이십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뒷모습만 보일 뿐,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대를 부른 이유는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답하겠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 호수에 잔물결이 일자, 그의 입이 열렸다.

“그대가 모시던 분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습니까?”

움찔.

그녀는 몸을 떨며 망설이다 대답했다.

“주(Joo) 가문의 조상님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 가문의 조상…?”

“예. 제 가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에 관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성을 따라 주….”

이야기를 들어보니.

린(Rin)과 산(San)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수계(Water Realm)의 수행자들과 결혼하여 낳은 후손이었다.

불멸계에 있던 두 사람의 아이들은 모두 죽었지만, 수계에 있던 아이들은 죽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렇군요….”

“예. 그렇습니다.”

꽤나 놀라운 이야기다.

그 두 사람의 아이들이 살아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째서… 신위(Shinwi)는 이 아이를 내버려 둔 거지?’

그녀의 성격이라면, 두 사람의 후손인 대천사령관을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텐데.

피가 옅어진 탓일까,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어찌 됐든.

천범은 결코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대가 그 핏줄의 아이라면, 진실을 말해줘야겠군요.”

범은 심호흡을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갔다.

마치 엉킨 실타래를 한 단계씩 풀어가듯이.

그는 하나하나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그런….”

“그래서 저는 그녀와 함께 불멸계로 승천한 홍연(Hongyeon)이라는 여인을 찾고 있습니다.”

“홍연….”

“붉은 머리를 가진 적뢰군주(Red Lightning Lord)입니다.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대천사령관은 무언가를 아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곳에 있을 겁니다.”

“그곳에?”

“대천궁(Great Heavenly Palace) 지하에.”

Call Of The Spear [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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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Translation] In the heart of Baek Mountain, Sangun, the revered tiger lord, lived a life of serene solitude. But destiny, as it often does, had other plans. A vision in white hair, a young girl named Choa, arrives at his doorstep, proclaiming herself his bride. Sangun's world is instantly upended. He recognizes her lineage – the White-blooded Demon Beast, a creature of terrifying power and whispered nightmares. He knows he should send her away, protect himself and his domain from the chaos she embodies. But beneath her ethereal beauty, he sees a vulnerability, a soul adrift with nowhere else to turn. Against his better judgment, he takes her in, unaware that this act of compassion will unravel his peaceful existence and plunge him into a whirlwind of trials, tribulations, and a destiny far grander than he ever imagined. Prepare to be captivated by a tale of ancient spirits, forbidden love, and the awakening of a power that could save the world... or destro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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