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302화 – 특별 외전 19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갈구한다.”
우리는 왜 살고 숨 쉬는가?
우리는 왜 태어나는가?
태어나는 것은 내 선택이 아니지만, 왜 살아야 하는가?
이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소명인가, 운명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우연은 없다네, 금천상존(Golden Celestial Lord).”
천황(Celestial Emperor)이 옥좌에서 일어섰다. 그의 긴 은발이 바닥을 쓸었다.
“진실을 찾고 싶어 하는군. 천상의 진실이 아니라, 자네 자신의 진실을.”
천황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왜 웃으시오?”
“재미있어서 그렇다네, 금천상존.”
천황은 천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왜 갑자기 그걸 묻는 거요?”
“대라(Daera)에서 태어난 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라에 오를 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하지.”
그것은 어릴 적 부모에게서 받은 이름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에게 부여한 의지가 담긴 이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자네의 진짜 이름은 자네를 정의하는 이름이 될 걸세. 진실을 찾고 싶다고 했지. 가까운 곳에 있는 진실부터 찾아보는 게 어떤가?”
천범에게 다가온 천황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다.
“자네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낭선(狼仙).”
“그 뜻은?”
“이리 낭(狼), 신선 선(仙).”
이리처럼 떠도는 신선.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는 신선을 뜻하는 말.
“그렇다면 그게 바로 자네가 아닌가?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모든 이름이 자네일세.”
백선(Baekseon)에서 함께 살았던 창귀(Changui)에게 그는 여전히 상운(Sangun)이다. 그의 친구, 대호(Daeho)에게도.
그의 아내에게는 천범(Cheonbeom)이다. 도계(Dogye)에서는 금천(Geumcheon)이고.
대라에서는 낭선이다. 그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소. 나는 원래….”
“금천상존.”
“…그렇소.”
“내게 자네는 금천상존일세. 혹시 다른 사람이 만든 우리 안에서 길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늘이라 불리는 천장 아래.
운명의 틀에 맞춰 만들어지는 존재가 될 수도 있는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천상의 부품처럼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의문을 품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천황의 질문에 범은 입을 다물었다.
“자네는 진정 길 잃은 도인(Taoist)이로군. 자네의 도에는 의지가 없어. 그런데도 과도한 힘을 얻어 의지를 강요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
천황은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운명을 소명으로 여기며 살아가지. 작은 것 하나도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길가에 핀 잡초를 보고 죽어가는 삶에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도(Tao)는 참으로 기이하단 말이지. 아무리 높이 올랐다고 생각해도,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
하늘은 정말 하늘일까?
우리는 하늘을 무엇으로 보는가?
“내가 어렸을 때는 대라의 하늘이 그저 해와 달이 있는 곳이고, 그곳에 오르면 끝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곳이 정말 하늘의 끝일까?
아니다.
공식적으로 우주라고 불리는 곳조차도 하늘이다.
끝을 알 수 없고,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곳이 하늘이기에, 도 또한 무한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되는 법이지.”
천범은 그렇지 않느냐는 듯 천황의 시선을 피했다.
그가 계속 침묵하자, 구영(Guyeong)이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천황의 가르침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구영. 나는 그저 금천의 질문을 해결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저는 필요 없습니다. 이분은 당신의 가르침이 필요한 분이 아닙니다.”
천황의 눈이 가늘어졌다.
표정을 바꾸며 구영에게 시선을 돌리고 턱을 치켜들었다.
“이 세상에 가르침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자네 역시 내 가르침을 받았던 사람이 아니었던가?”
“원치 않는 가르침은 그저 간섭일 뿐입니다. 천황, 당신이 과거에 제게 그랬듯이.”
“구영, 자네는 과거와 지금이 변함이 없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하지만 구영은 코웃음을 쳤다.
옛날에.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행해졌던 모든 것은 억압, 구속, 그리고 그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오직 저일 뿐입니다. 제가 누군가에 의해 바뀐다면, 그건 제가 아닙니다.”
그건 또 다른 존재다.
“아니, 구영. 그것 또한 자네가 되는 걸세. 다양한 자네가 되는 거지. 자네는 아직도 왜 머리가 아홉 개인지 모르는군. 나는 자네의 아홉 개의 머리를 이용하여 아홉 명의 자네를 만들려고 했던 거라네. 그랬다면, 더 높은 하늘에 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싫습니다!”
구영은 그것을 단언하듯 천황의 말을 잘라냈다.
“이제 확신했습니다. 지금 머리가 열 개가 되었다고 해도, 제 생각을 굽힐 생각은 없습니다. 천황, 당신이 저에게 간섭했던 것은 제가 느꼈던 깨달음이 아니라 당신이 느꼈던 감정일 뿐입니다. 당신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리 위대한 것이라도 길가의 돌멩이만 못합니다.”
“자네는 스스로 지옥을 걸어가려고 하는군.”
그것이 잘못된 길이라 할지라도.
그것 또한 그의 선택일 것이다.
후회는 없다.
“그럼 뭘 하러 온 거지?”
“당연하지! 그날의 굴욕을 갚으러 온 것 말고 뭐가 있겠나!”
“자네는 여전히 그런 개인적인 감정으로 움직이는군.”
“개인적인 게 아니야! 아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할 거다!!”
그것이 바로 나, 구영이다!
자랑스럽게 외치는 그의 말에 천황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생명은 진통 후에 태어나고, 봄은 이른 봄의 추위 후에 오고, 새벽은 어둠 후에 온다. 그 모진 것들이 결국 자네 것이 되어 꽃피울 것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원치 않는 진통, 원치 않는 추위, 사라지길 바라는 어둠인데, 당연한 거 아니겠나?”
“어리석군.”
“뭐! 그렇지 않나, 금천!!”
그는 소리쳤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서 있는 채로 얼어붙은 듯,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한 거요!”
“애정을 주었을 뿐이다.”
“무슨 짓을 했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그는 그저 자신의 진실을 찾아갔을 뿐이다.”
당연히.
“그저 조금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는 그저 자신을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들어갔을 뿐이다.
“그것을 길 잃은 도(Tao)라고 부르는 건가?”
“맞으면 맞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원래 그는 길을 잃었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방황하고 있었지. 천존(Celestial Venerable)께서 그것을 염려하여 나에게 바로잡으라고 명령하셨다.”
“바로잡아서 뭘 하려고?”
“내가 모든 것을 다 안다면, 천황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것은 그 역시 모른다는 뜻이다.
구영은 바위처럼 가만히 서 있는 범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여전하군요.”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천황은 구영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지켜볼 뿐이다.
“저는 그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나는 그저 내 생각을 말하는 것뿐이다. 답은 그에게 달려 있지 않겠나?”
길 잃은 도(Tao).
그는 정말 자신의 길을 되찾을 수 있을까?
천황은 그것이 매우 궁금했다.
“어떤 답을 가져올지 궁금하군.”
“당신이 원하는 답은 아닐 겁니다.”
“내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나?”
그것조차 모른다.
“그를 오랫동안 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그는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었지.”
길 잃은 도? 그의 진실?
“그것들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그에게 달려 있다.”
세상은 겉보기에 제멋대로다.
바다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때로는 화를 내며 땅을 덮기도 한다.
태양은 어떤가?
때로는 따뜻하지만, 때로는 사람을 말려 죽이기도 한다.
세상은 원래 제멋대로이기에,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죽음을 목격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자신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워 떨고, 어떤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죽음을 슬퍼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죽음을 원한다.
각각의 반응은 매우 다르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서 비롯된다.
누가 길을 잃기로 결정하는가?
누가 죽이기로 결정하는가?
모든 것은 자신의 결정이고 자신의 책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니.’
꼼짝도 하지 않는 천범을 바라보며.
구영은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자신만의 답을 가져와라.’
* * *
눈을 떴을 때.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성찰하며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깊은 늪.
구덩이, 심연, 나락과 같은 커다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혹은, 끝없이 추락하는 듯, 나는 바닥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아.”
어느 순간, 나는 멈춰 서서 기이한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야생 동물이 화살을 맞은 채 달리고 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쫓아가는 사냥꾼은 활시위에 화살을 메고 하늘 높이 쏘아 올린다.
그러나 발사된 화살은 다리가 달린 듯, 기적적으로 작은 동물의 등에 완벽하게 박혔다.
등에 수십 발의 화살을 맞고도, 그 동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피를 흘리며 도망친다.
화살을 부드럽게 맞은 건가?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저렇게 도망칠 수 있지?
하지만 감탄은 일시적일 뿐이다.
곧 그 동물은 쓰러졌다.
꽃이 만발한 크고 아름다운 나무 아래. 그곳에 쓰러져 떨어진 매화 꽃잎을 붉게 물들였다.
그것은 작은 호랑이였다.
그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때 맞았던 화살은 아직도 아파서, 화살만 보면….’
몇몇 기억들이 새롭게 떠오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한 가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냥꾼이 아니야.’
자신에게 화살을 쏜 사람은 제대로 된 사냥꾼이 아니다.
그는 깨끗한 도포와 갓을 쓴 단정한 선비였다.
그의 기이한 활 솜씨를 보며.
전형적인 사냥꾼은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그가 말했듯이,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다.
기억하는 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내 수준에 이르러 도망치기 바쁜 와중에도 이 모습을 기억하고 구현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도 나는 진정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하나를 모르는 것은 전부를 모르는 것과 같다. 기억 속의 세월이 흐르는 물처럼 다시 흐른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계절이 수백 번씩 빠르게 바뀐다.
산은 붉어졌다가, 하얗게 변했다가, 말랐다가, 초목을 형성했다가, 어느 순간.
-이번에 소란을 피운 영수(spirit beast)는….-
-사냥꾼이 또 처리했다고 들었는데?-.
-사냥꾼이 아니라던데? 지나가던 선비라던가….-
-지나가는 선비가 어떻게 저렇게 활을 잘 쏘지? 쯧….-
-어떤 이름 모를 선비가 검무산(Geomut Mountain)의 괴물을 제거했다던데….-
-백선(Baekseon)의 괴물도 그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이름 모를 선비.
그가 쏘는 모든 화살에 단 한 발도 낭비하지 않는 사냥꾼.
나는 그의 모습을 파악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사람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 * *
서황령(Seohwangnyeong).
푸른 불꽃이 똬리를 틀고 있는 탐화(Tamhwa)의 몸에서 솟아올랐다.
불길은 거세고 따뜻했다.
푸른 불꽃에서 나온 것은 탐화의 탈형(Talhyeong)이었지만, 그의 눈은 더 이상 탐화의 것이 아니었다.
“마주할 때가 왔군.”
목소리 또한.
탐화였지만, 탐화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