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Of The Spear [EN]: Chapter 537

The Fierce Hand of One's Wife

낭선기환담 – 2부 246화

“이건…”

만약 이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숙취 해소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아내의 매서운 손길이라고 답할 것이다.

술이 즉시 깨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내가 천범이라고 밝혀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정말 곤란하다.

-다 네 업보다.

-닥쳐.

멀리서 지켜보는 녀석은 무시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머리를 굴려본다.

하지만 답이 없다.

잔뜩 화가 난 사하와 화양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치 않으니 어찌해야 할까?

사하의 화신통[火神通: 불을 다루는 신통력]에 의해 주변이 불바다가 되고, 기괴한 환상과 꼭두각시 술법이 펼쳐지는 동안 천범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하나의 답을 떠올린다.

‘도망가자.’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강해졌는데.

아내들 때문에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 없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휙.

천범은 다시 노인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왜 내가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건방진 것들!”

휫!

선등음석[扇燈音石: 부채의 일종]을 접선으로 변환하여 펼치자 환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일그러지고, 물방울들이 그의 주위로 모여든다.

바닥에 쏟아지고 깨진 술이 방울방울 모여 순식간에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사하 가주!”

“알아!”

휫!

그를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듯 사하는 본선 법패[本仙法牌: 고유의 신선력을 담은 패]를 사용한다.

기화선[綺華扇: 아름다운 무늬가 수놓아진 부채]이 매서운 빛을 낸다.

화기린[火麒麟: 불꽃 기린]이 수놓아진 기화선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자, 붉은 화염에서 나타난 화기린이 우렁찬 포효를 내뱉는다.

“죽여라!”

그동안 성과가 있었는지, 사하의 화신통은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치 잘 벼려진 칼날처럼 깔끔한 기술이었다.

“인상적이군.”

범은 씩 웃으며 접선을 펼쳐 들었다.

선등음석을 들어 올려 춤을 추듯 우아하게 흔들자, 수신통[水神通: 물을 다루는 신통력]으로 만들어진 쌍룡의 고귀한 자태가 모습을 드러낸다. 촉촉한 안개에 휩싸인 쌍룡은 머리를 드러내며 공간을 지배하듯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짝! 접선이 닫히자 짙은 천살[天煞: 하늘의 흉악한 기운]의 기운이 그의 손아귀에서 스며 나와 수신통의 쌍룡에게 스며든다.

비늘이 검게 변하고 붉은 눈을 가진, 불길한 천살의 기운이 하늘을 꿰뚫자 사하와 화양은 잠시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라.”

접힌 부채로 가리키자 쌍룡이 나아가 곧 기화선의 화기린과 충돌하기 시작한다.

콰쾅!

불과 물이 섞이면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자연스럽게 환상 영역을 채우고, 연기가 구름처럼 밀려든다.

그 사이 쌍룡은 화기린의 목덜미를 물어뜯어 휘감긴 불을 삼키고, 공간 자체를 집어삼키며 풍경을 역전시킨다.

순식간에 사방에 물바다가 형성되고, 사하와 화양은 소용돌이에 휘말려 균형을 잃는다.

‘이건…’

자신도 모르게 힘을 너무 많이 썼다는 것을 깨달은 천범은 선등음석을 거두어들여 찰랑이던 바다를 안개로 사라지게 하고,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잠시 후.

화양은 갑자기 주변 풍경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느꼈다.

“도망갔어.”

그제야 사하도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찾을 수 있겠어?”

“모르겠어.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처음부터 수신통을 쓴 것은 이걸 노린 것 같아. 교활한 녀석이야.”

사하의 걱정이 깊어졌다.

기화선을 쥔 손에 원망스러운 감정이 스며들었다.

“반드시 잡아야 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를 잡을 때까지 상서 전체의 방비를 강화해야 해. 동의하시겠습니까?”

“군후.”

“말씀하십시오, 사하 가주.”

“반드시 그를 잡아야 합니다. 그를 잡기 전에는 상서에 평화는 없을 것입니다.”

“…동의합니다.”

휫!

사라진 사하를 뒤로하고.

화양은 노인이 사라진 객잔을 기이한 눈으로 바라보다 사라졌다.

* * *

상서의 이름 모를 절벽 위.

한 노인이 깊은 눈으로 객잔이 있던 곳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잘한다~. 자기 마누라들한테 도망치는 놈은 네가 전 상계[上界: 신선들이 사는 세계]에서 처음일 거다!”

“…닥쳐. 상황이 상황이다.”

“상황은 무슨. 오해하고 잘난 척하다 멍청한 짓이나 하고, 이제 와서 창피하니까 도망치는 주제에.”

“…….”

쯧.

멋쩍어진 천범은 콧잔등을 긁적였다.

“아니, 그럼 내가 정체를 밝혔는데도 안 믿어주면 어쩌라는 거야?”

“믿을 만한 짓을 했으면 믿어줬겠지. 계집애처럼 힘이나 써서 기억이나 파헤치는 네 잘못 아니냐?”

“흠… 뭐, 그럴 수도 있지. 부부 사이는 깊고 오묘한 인연과 운명으로 맺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남편이 자기가 없이 보낸 과거를 엿볼 수도 있는 거지.”

“말은 드럽게 많아요.”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내가 원선[元仙: 높은 경지의 선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아직 진선[眞仙: 참된 선인]은 아니니 실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

뻔뻔하게 말한다.

천범을 매섭게 비난하던 호리는 어이가 없어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웃기냐?”

“솔직히 너무 웃겨서 죽을 것 같아! 꺄하하!”

배를 잡고 웃으며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호리를 보며 천범은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심각한데, 혼자 저렇게 웃고 있다니.

저게 정말 친구인가!

“너 오늘부터 내 친구 아니다.”

“원래 친구 없는 건 너니까 깝치지 마.”

“친구 없는 건 네가 아니라 나거든. 나는 많…”

관계를 쌓아왔다고 말하려던 범은 실수를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홍련을 잃은 그녀에게 남은 것은 천범뿐이었기에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괜한 말을 꺼냈다.

‘결국 나만 나쁜 놈이네.’

범은 머리를 긁적이며 호리를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네 평생지기는 바로 여기 있잖아.”

“홍련이 보고 싶어.”

“…어딘가에 환생해서 잘 살고 있을 거야. 언젠가 사하의 이야기도 해줬잖아?”

“응.”

왜 그녀가 사하를 보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사하는 하계[下界: 인간들이 사는 세계]에서의 인연으로 상계에 환생한 사람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호리는 아직도 홍련의 부재를 슬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하를 만나고 싶어 했던 것이다.

호리의 생각이 마치 찢어진 조각들이 맞춰지듯 이해되자,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가자.”

“어디로?”

“상서에 술친구가 있어. 그에게 가면 분명 좋은 술을 줄 거야.”

슬픔을 잊는 데는 술이 최고다.

그와 호리 모두 울적하니 술로 잊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 녀석들도 술이 필요할 거야.”

* * *

졸졸, 졸졸.

화매봉[花梅峰: 매화가 아름다운 봉우리]의 한쪽.

비석과 함께 준비된 제삿상.

술병을 든 남자가 비석에 술을 붓는 모습이 보였다.

산에서 내려온 비혜는 익숙한 노인의 모습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상서가 당신 때문에 큰 소란이라고 들었습니다.”

비혜는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정체불명의 노인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비석에 쓰인 이름을 깊은 시선으로 읽었다.

“후해, 공사비…. 당오말도 여기 있었군. 어쩐지 보이지 않더라니.”

노인의 중얼거림에 비혜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들을 아십니까?”

물었다.

노인은 마침내 고개를 돌려 비혜의 눈을 마주쳤다.

“술 한잔 하겠나.”

휙.

병이 던져지자, 그는 그것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노인은 그 기분을 알고 있었다.

아니, 천범은 시선을 비석으로 옮겨 새겨진 이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당오말은 나의 오랜 술친구였지. 용마골[龍馬골: 지명]의 용마주[龍馬酒: 술의 종류] 만드는 법을 알려줬더니, 자기 입맛에 맞게 바꿔서 만들었다고 하더군. 허풍이 좀 있지만 쾌활한 친구였고, 마음씨가 좋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았지.”

툭 툭.

비석을 두드리는 그의 시선은 씁쓸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찾을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구나.

“흐르는 시간을 탓해야 할까? 차가운 하늘을 탓해야 할까?”

꿀꺽, 꿀꺽, 꿀꺽.

다른 술병을 꺼내 마시는 그의 시선은 이번에는 공사비와 후해에게로 향했다.

“사비와 후해는 내 눈엣가시였지. 솔직히 짜증 나는 녀석들이었어. 그래, 분노에서 시작됐지.”

그 녀석들과 엮이게 된 것도 그랬다.

그가 아직 미숙하고 약했을 때.

사비를 만나 수계[水界: 물의 세계]에서 가문의 영향력에 대해 알게 되었고, 후해를 만나 귀족 가문 자제의 어리석음을 직접 느끼게 되었다.

곤가[곤家: 성씨 곤]와 후가[후家: 성씨 후]의 가주들에게 가보를 받아 어쩌다 보니 대부[代父: 아이의 후견인] 역할을 하게 되었을 때.

사비와 후해는 천범에게 그저 짐일 뿐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인 미숙한 애송이들.

가문의 힘을 믿고 날뛰다 죽을 뻔하고, 후광이 사라진 후에도 끊임없이 깝치는 바보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어리석은 존재들.

“그 시작이 가보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라고 부르며 헤벌쭉 웃으며 따라다니던 후해의 모습과, 투덜거리면서도 그런 녀석을 따라다니던 사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정이라도 들었나 보군.”

이렇게 마음이 좋지 않은 것을 보니.

그리고 그 끝.

“사하를 위한 것이었으니… 어쩔 수 없이 넘겨줘야겠지.”

그의 손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두 개의 가보였다.

하나는 두 개의 날이 달린 창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아한 깃털이었다.

후해의 가보인 쌍멸[雙滅: 두 개의 날로 적을 멸함]과 곤가의 가보인 영화비[靈華비: 신령한 빛을 내는 깃털]였다.

“이것들을 더 빨리 줬더라면, 이렇게 작은 것 하나만 남기고 먼저 떠나지는 않았을까?”

천범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비혜에게 고개를 저었다.

“내 질문에 그런 답을 주었으니… 나 또한 답을 주지 않을 수 없지.”

그의 손아귀에 있던 쌍멸과 영화비는 소용돌이치며 하나의 빛으로 합쳐져 비혜에게로 향했다.

따뜻한 빛덩이가 그의 몸에 스며들자, 비혜는 깜짝 놀라면서도 곧 가보의 힘이 자신을 채우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대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겠지.”

“당신은….”

그러자 노인의 몸 전체에서 금빛이 번쩍이더니, 그의 본래 모습이 나타났다.

흔들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의 금빛 눈을 가진 남자.

주변 색깔을 금색으로 바꾸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남자.

“금천….”

“대부라고 부르거라. 그리하도록 허락하마.”

Call Of The Spear [EN]

Call Of The Spear [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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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Translation] In the heart of Baek Mountain, Sangun, the revered tiger lord, lived a life of serene solitude. But destiny, as it often does, had other plans. A vision in white hair, a young girl named Choa, arrives at his doorstep, proclaiming herself his bride. Sangun's world is instantly upended. He recognizes her lineage – the White-blooded Demon Beast, a creature of terrifying power and whispered nightmares. He knows he should send her away, protect himself and his domain from the chaos she embodies. But beneath her ethereal beauty, he sees a vulnerability, a soul adrift with nowhere else to turn. Against his better judgment, he takes her in, unaware that this act of compassion will unravel his peaceful existence and plunge him into a whirlwind of trials, tribulations, and a destiny far grander than he ever imagined. Prepare to be captivated by a tale of ancient spirits, forbidden love, and the awakening of a power that could save the world... or destroy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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